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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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사업과 건축이 가진 폭력성건축 2023. 10. 12. 23:37
낡은 도시에 따가운 시선보다 애정이 앞섰던 적이 있는가. 지난학기까지만 해도 나는 낙후된 도시에 대해 찬란한 재개발부터 꿈꾸던 사람이었고, 그것이 도시와 사람을 위한 진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건축가 승효상 씨는 저서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 급진적인 도시개발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도시의 흐름을 거슬러 무차별적으로 조성되는 테마파크, 공원, 랜드마크는 오히려 도시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었는데, '도시의 흐름'이란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자국을 남기듯 긴 시간동안 수많은 주민들이 남긴 흔적들의 점철일 것이다. 흔적도 없이 그것들을 지워버리건 외곡하는 것은 수백개의 나이테를 가진 나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라버리는 만큼이나 잔인한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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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NEOM) 프로젝트, The Line은 건축학적으로 타당한가 |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어린 판타지인가?건축 2023. 4. 21. 11:44
1.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 어린 판타지인가? 전 세계로부터 갖은 비난과 비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내 지면을 박차고 떠오른 비행선 “빠삐용(Papillon)”은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생명과 활기로 가득 찬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나아간다[1]. 건축물 혹은 도시라기보다 미래시대의 어느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The Line’ 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인상이었다.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앞선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과연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인도해줄 방주일까 아니면 그저 “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남자의 허세 어린 판타지일까? 2.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와 네옴(NEOM)프로젝트의 의미 전례 없던 디자인과 규모, 문명이 발현된 이래로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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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자일(MIZEIL), 미로같은 설계로 고객들 붙잡기건축 2023. 3. 8. 13:40
여는 말.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끼고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했었다.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 시간이 아까울세라 매일 일정을 빼곡히 계획했었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각종 매체 너머로 익히 봐왔던 것들을 하루에 몇 개씩 만나보기도 했다.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빼꼼 내다보이는 피사의 사탑 끄트머리를 처음 봤을 때 ‘현실감’이라는 단어가 문학이나 평론에만 쓰이지 않고, 현실에서도 쓰일 수 있음을 깨달았는데. 세계적으로 저명한 랜드마크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놀라움과 믿기지 않는 복잡한 심정을, 나는 종종 ‘매 끼니 해외 유명인사들과 단둘이 식사를 하면 그런 기분일 것 같다’라고 표현했었다.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건물은 과연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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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인테리어, 건축학적으로 뜯어보기건축 2022. 9. 9. 09:16
: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다. -- 요약 --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다. 평면상 배치에 순환형 동선을 만들어 보는 등의 방법으로 공간에서 다양한 시각, 장면을 연출하여 방을 더 넓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가꾸고 규칙을 부여했을 때 공간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나만의 질서와 규칙을 적용해라. 우리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파악한다. 조명은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 원룸 공간 활용 방법 -- 1. 재배치 좁은 공간을 넓게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다양한 시각(perspective)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집이 좁다고 단순한 구조를 띄게 되면 어떤 위치든 같은 시야가 반복된다.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