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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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 고래] 외설과 예술 사이,서평 2024. 4. 14. 19:50
읽던 책이 지루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서 찾게 된 책이었다. 어느 한 유튜버로부터 아주 자극적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뚜렷할 정도라는 소개는 지루함에 지친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새 핸드폰을 손에서 잘 놓지 못했는데, 유튜브 숏츠가 나오고 난 후에는 더 그랬다. 짧고 강렬한 영상들은 모니터 밖 세상을 마치 물에 씻은 한지를 씹는 것처럼 지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영상들보다도 [고래]는 더 강렬했다.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한 사람의 흥망성쇠, 한 마을을 휘어잡았던 영웅의 몰락 등. 하루 한 시간 씩 열흘에 걸쳐 읽을 거라 계획했던 것과 달리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틀 만에 해치울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이틀 만에 600페이지를 읽었다는 기록적인 집중을 할 수 있었던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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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폰다 | 돌직구 성교육] 성인들을 위한 성 교과서서평 2023. 7. 5. 11:42
학창 시절을 포함해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한번 받아보지 못했고(학교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실시한 기억이 없다), 때문에 20대 한창을 보내고 있는 지금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괜찮은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알아봤지만 주로 미성년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비중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권위 있거나 나름 널리 알려진 기관에서 실시되는 교육의 경우 앞 3개월치의 예약이 완료되었을 정도였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치의 예약이 미리 찬 곳도 있다고 하는 걸 보니 과거와 달리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아주 달라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방학 한참을 기다려 개강 직전에 교육을 한 번 받으러 가기에는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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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번 | The Secret] 인생은 나의 손에 달려 있으며 하나도 빠짐없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서평 2023. 6. 29. 12:02
당신의 목적은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당신의 사명은 당신이 스스로 제시하는 것이다. 당신 인생은 당신이 창조하는 대로 펼쳐질 테고, 누구도 그것을 심판할 수 없다. 예전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라고 하는데 그 경로로 알게 된 것은 아니고, 그 사실도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서나 알게 되었다.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군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군인이었고, 나는 대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날이 저물자 시시덕거리는 이야기는 들어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등 사뭇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어쩌다 보니 그 친구의 꿈이나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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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 당신이 옳다]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방법에 대해서.서평 2022. 10. 26. 09:31
두 번째 읽으며 그동안의 내 언행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마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달인이자 감정과 기분보다 논리와 정당성을 우선시하는 딱딱한 인간이지 않았나 싶다. 몇몇 사람과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반응했다면" 싶은 후회도 들었다. 차가워진 사회에 물들어버린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인간다운 대화와 치유를 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 책이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반복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공감하기 공감이 소통, 치유, 용서와 사과 등 따뜻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6살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 깊이 묻고 힘들었던 것을 공감하는 것만으로 그 아이의 입에서 "자유"라는 말을 나오게 했다. "공감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상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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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 돈의 속성,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준 책서평 2022. 10. 25. 08:45
빈곤은 예의도 품위도 없다. 음식을 굶을 정도가 되거나 거처가 사라지면 인간의 존엄을 지킬 방법이 없다. 돈에 대한 건강한 생각 오랜 세월 동안 묵직하게 자리를 지켜왔던 삶의 우선순위들을 바꾸어준 책이다. 그동안 돈을 너무 우습고 단순한 것으로 여겼던, 거의 부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빠져 지냈다는 것을 직면할 수 있었다. 전에 누군가 '돈'에 대해 물을 때마다 속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돈을 너무 밝히는 것은 죄악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어떨 때에는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처럼 돈에 대해서 탐욕적인 마음이 들끓었던 적도 있었다. 이제 내게 돈은 우리 몸에 흐르는 피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삶 그 자체이자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고, 부족하면 잔인하다시피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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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민음사] 성, 줄거리와 서평서평 2022. 10. 24. 08:58
0. 방황? 다층적 해석의 가능성 카프카의 문체는 독자를 방황시키는 매력이 있음을,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변신』에서 처음 카프카를 만났고, 『심판』에서 모호하고도 심각한 방황에 빠져 수많은 비난의 마음을 가졌다. 여기서 방황이란 길을 잃어 목적지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작가가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고 독서가 시간 낭비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을 통해서 '카프카의 문체적 방황'이 다층적 해석의 가능성으로부터 비롯됨을 깨닫게 되었다. 즉, 카프카는 하나의 글에 수십개의 교훈·지혜·깨달음을 남겨두었고 무엇을 발견할지는 독자들이 마음먹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때 각 요소들은 밀접하게 상호 결부되어 있어 A처럼 해석되는가 싶다가도 B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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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직소(直訴), 줄거리와 서평서평 2022. 10. 20. 15:49
녀석은 정말 나쁜 놈입니다. 못된 녀석입니다. 빌어먹을. 그분은 지금 게델론의 시냇물 건너편 겟세마네 언덕에 있습니다. 다자이는 마태복음을 외울 정도로 성경을 정말 많이 읽었다고 해서 뜻밖이었다. 물론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는 말에 종교적인 어떠한 의미를 품고 있다기보다 성경 속 텍스트에 집중했으리라 생각하는데 뭐든간 성경을 그렇게 읽었던 사람이 자살을 꿈꾸고 그와 관련된 글을 써냈던 것이 뜻밖이었다는 것이다. '직소'는 마치 내 앞에서 갸롯 유다가 앞에 엎드려 말하고 있는 듯한 강력한 몰입감을 준다. 누가 들어도 거짓 하나 보태지 않았다는 진실함. 역겨울 정도로 솔직한 그의 대사들이 한편으로는 납득 가고 이해 간다는 사실이 나의 양심을 노골적으로 간질이고 성찰하게 만들었다. 대사 하나하나에 공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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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인간 실격, 줄거리와 서평서평 2022. 10. 19. 16:03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서평 기독교 사상이 널리 퍼지면서 자살이 악한 것으로 여겨지기 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살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책임하에 완결 짓는 행위로써 성숙한 인간의 자주적 선택으로서 모종의 숭고함으로 여겨졌다는 해설의 덧말에 눈길이 갔다. 삶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대라고 하면 빛이니 돈이니 많은 것들을 대지만 본능적으로는 생명을 가진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배경에서, 본능적인 최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완결 짓는 행위를 자의적으로 해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주 의미 없고 무책임한 행동으로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시도를 했고 그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