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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인간 실격, 줄거리와 서평
    서평 2022. 10. 19. 16:03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서평

    기독교 사상이 널리 퍼지면서 자살이 악한 것으로 여겨지기 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살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책임하에 완결 짓는 행위로써 성숙한 인간의 자주적 선택으로서 모종의 숭고함으로 여겨졌다는 해설의 덧말에 눈길이 갔다.

     

    삶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대라고 하면 빛이니 돈이니 많은 것들을 대지만 본능적으로는 생명을 가진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배경에서, 본능적인 최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완결 짓는 행위를 자의적으로 해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주 의미 없고 무책임한 행동으로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시도를 했고 그중 세번의 시도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담이라는 죄-스스로 생각하기에-를 속죄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질타와 한심한 눈빛이라는 것을 넘어선 그 어떤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까지 내게 여겨졌다.

     

    이후 두번의 자살 시도는 자신이 믿었던 세상의 배반의 충격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성이 상실된 세상의 허위성에 대한 고발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과장된 해석이자 꾸밈으로도 여겨질 수 있겠지만 그의 글들과 행위는 오히려 ​세계대전 직후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격변하게 변화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그 흐름을 지향하다 기존의 두꺼운 벽을 마주하고 무력감을 느낄 때 추락하거나 자기 파멸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지만, 다자이의 작품과 삶을 통해 인간이기 때문에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나약함, 불신감, 절망감과 함께 자기반성의 길을 제시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자살은 근본적이지 못한 해결책이자 무책임한 행위라고 생각해 왔는데 정 반대의 성격을 경험할 수 있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았던 책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책의 가장 끝, 파멸에 이른 요조가 27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이다. 이도 빠지고 새치가 잔뜩 나며 건강이 몹씨 좋지 않아 적어야 마흔을 넘겼으리라 생각했는데 추락의 깊이가 가늠했던 것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요조는 참 특이한 아이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아주 작은 행동까지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기이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려 했던 나를 보는 듯했다. 요조처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선택은 요조가 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사자탈을 수첩에 써넣은 것과 같이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행위처럼 보이고자 했었다.

     

    무엇보다 나의 속내를 아는 사람에게서 두려움을 느낀다. 내면의 나약함과 영악을 눈치챈 것 같은 동료에게서 공포감을 느낀다. 마치 나의 평생 숨겨웠던 치부를 들추어낸 것처럼. 요조에게서 상당한 동질감을 느껴 안타까움은 배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요조와 같은 자기 파멸의 길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섬찟한 두려움이 나를 건드린다.

     

     

     

    책 속의 한 문장

    26p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27p

    그 가증스러운 범죄조차 아무한테도 호소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도 아니고, 또 기독교적 박애주의 때문도 아니고, 인간이 저 요조에게 신용이라는 껍질을 단단히 닫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1p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 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9p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거나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즉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비법을 다케이치한테서 전수받은 저는 예의 여자 손님들 몰래 조금씩 자화상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49p

    비합법, 저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즐겼던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고(그것에서는 한없는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구조가 불가해해서,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 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거기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 이르는 편이 저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130p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32p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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