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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 | 민음사]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줄거리와 서평서평 2022. 10. 14. 10:35
등장인물
앤스 : 번드런가의 가장이자 애디의 남편
“그러나 어쨌든, 난 새 틀니를 해 넣을 수가 있겠지.
그것이 그래도 위안이 된다. 정말로”127p
앤스가 어떤 인물인지 단번에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죽고 어린 자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말겠다는 욕구, 자신만 생각하는 극도로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애디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의 ‘나’. 젊은날 교사로 있었고 앤스와 결혼한다. 몸져누웠지만 엔스가 의사를 부르려 하지 않고-피바디 의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앤스가 비용 때문에 진료를 받도록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 배후에는 의치를 하기 위한 그의 욕심도 작용했을 터이다)-앓다가 초반부에 죽고 만다.
캐시 : 맏아들. 어머니가 몸져누워있을 때 그녀가 창 밖으로 훤히 보이는 위치에서 관을 만들었다. 97~98p내용과 아래 인용구를 보았을 때
“관의 균형이 맞지 않았어.
내가 말했건만, 관을 잘 나르려면, 그들이 좀 더…….”190p
그의 혼란스러움은 관을 만듦으로써 표출되었다고 생각한다.
달 : 둘째 아들로 유달리 서정적인 그를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관을 없애 버리고자 헛간에 몰래 불을 지르게 되는데 후에 쥬얼의 고발로 체포된다. 체포되기 직전 극도의 고단함과 혼란스러움에 그는 그만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만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쥬얼 : 셋째 아들로 가족보다 말을 더 사랑하는 듯 보인다. 새벽에 몰래 이웃집 밭을 갈아준 대가로 말을 얻게 되고 극진히 키우지만 아버지가 몰래 팔아버려 도망갔다가 돌아온다. 그 나름의 생각과 고집이 강한 인물이다.
듀이 델 : 넷째 자녀이자 고명딸로 나이는 약 17세이다. 애디가 몸져누워있을 때 유일하게 곁을 지킨 자녀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마을마다 유산할 수 있는 약을 구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막내 바더만을 챙기는 모습이 무척 애틋했다.
바더만 : 막내아들로서 애디의 죽음으로 인해 극도의 혼란함에 빠져 물고기와 엄마를 혼동한다.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가족 중 누구도 잘 챙겨주려 하지 않는 모습에 무척 마음이 아팠다.
샘슨 : 이웃
툴과 코라 : 버논 가의 부부이자 번드런가의 이웃
모슬리 : 약사
맥고우원 : 약국 직원
암스티드 : 이웃
피바디 : 의사
서평
일 년 가까이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캐시. 방화 범죄로 체포되며 결국 정신분열이 일어나고 만 달. 사랑하는 말을 잃은 주얼.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는 원치 않는 어려움으로부터 탈출하기는커녕 약국 직원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할 뻔 한 듀이 델.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가정 파탄으로부터 극도의 불안에 빠진 바더만. 그들의 여행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들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가정이 유지가 되었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진정으로 어머니를 사랑했기에 어려운 여행을 나섰던 것일까.
보편적인 이해력으로는 어려운 책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보이는 곳에서 관을 만드는 아들과, 아픈 아내(앤스)를 돌보기는커녕 의치에 더 큰 관심을 가진 앤스 그리고 그 밖의 가족들을 보며 과연 그들을 가족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아픈 어머니 곁에서 하루 종일 부채질하던 듀이 델에게서부터 미세하게나마 결속력이 보였다고 할까. 차라리 가족이라는 소개가 없었다면 모를까 당장에라도 흩어져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무엇일까 싶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흔히 양편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제대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각 인물의 독백이라는 구성을 통해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들 간의 결속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마땅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기에 "느낀다"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그것(미약한 결속력)은 글로써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애정과 사랑을 대신하는 단어들-그들의 독백과 각자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통해 와닿았다. 이를테면 주얼과 캐시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강에서 관을 건져내는 모습이나 엄마보다 말을 더 사랑했던 것 같은 주얼이 불타는 헛간으로부터 등에 화상을 입는 고통을 견디면서 관을 꺼내는 모습에서 말이다. 그러한 그들의 행동은 결속력에 대한 궁금증을 미궁 속으로 빠트린다. 표현하지 못했을 뿐, 그들도 모르게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론 답답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나는 안타까움을 가장 많이 느꼈다. 사랑할 수 없는, 아니 그보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사랑이란 관심과 애정과 같은 것들의 종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가족에게 있어 사랑은 그저 떨어트릴 수 없는 결속력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사랑이라는 정의를 대상에 따라 재정립한 것이다. 17살의 어린 듀이 델이 누구에게도 스스로의 어려움을 내어놓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마음이 아팠지만, 무엇보다 나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인물은 바더만이었다. 나이가 얼마인지는 제시되지 않지만 그 어린아이를 누구도 챙기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해 숨쉬기 어려울까 봐 관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그 과정 중에 엄마의 얼굴에 송곳 자국을 2개나 남긴다. 나는 그때의 촉각이 내 손에 전해지는 것만 같아 소름 끼치기도 하고, 그것을 느꼈을 바더만은 그 촉각을 뭐라고 생각했을지 추측해보며 마음이 아팠다) 혼란에 빠져 물고기와 어머니를 동일시하는 그의 독백. 끝으로 달이 정신분열로 그들 곁을 떠나갔을 때 친형 달을 속으로 계속해서 찾는 그 독백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애정과 관심 어린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들은 어떻게 하는지 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것을 알거나 경험했더라면 그에 대한 비참함과 같은 심정을 드러냈을 법한데 전혀 그러한 부분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말이나 노새, 공구가 더 중요했었다.
결국 나는 이 책으로부터 가족에게 애정과 관심 어린 사랑, 그로부터 이루어지는 결속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서로를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사랑을 했더라면 여행이 보다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서로를 아끼기에 강을 기다렸다 건너거나 어쩌면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공유되며 공명을 이루어 더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책 속의 한 문장
53p
피바디-“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다 다름없다.”
159p
툴-“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지혜롭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염이 나고 어른이 될 때까지 스스로 지혜롭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침내 수염이 나면 그땐 너무나 바빠서, 털이 나기 전 지혜로웠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생각할 틈도 없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을 쓸데없이 걱정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게 된다.”
198p
애디-"말이란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과 내뱉어진 말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캐시가 태어났을 때, 모성이란 말은, 그 단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단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말도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존심이란 말도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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