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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 고래] 외설과 예술 사이,서평 2024. 4. 14. 19:50
읽던 책이 지루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서 찾게 된 책이었다. 어느 한 유튜버로부터 아주 자극적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뚜렷할 정도라는 소개는 지루함에 지친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새 핸드폰을 손에서 잘 놓지 못했는데, 유튜브 숏츠가 나오고 난 후에는 더 그랬다. 짧고 강렬한 영상들은 모니터 밖 세상을 마치 물에 씻은 한지를 씹는 것처럼 지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영상들보다도 [고래]는 더 강렬했다.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한 사람의 흥망성쇠, 한 마을을 휘어잡았던 영웅의 몰락 등. 하루 한 시간 씩 열흘에 걸쳐 읽을 거라 계획했던 것과 달리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틀 만에 해치울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이틀 만에 600페이지를 읽었다는 기록적인 집중을 할 수 있었던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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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사업과 건축이 가진 폭력성건축 2023. 10. 12. 23:37
낡은 도시에 따가운 시선보다 애정이 앞섰던 적이 있는가. 지난학기까지만 해도 나는 낙후된 도시에 대해 찬란한 재개발부터 꿈꾸던 사람이었고, 그것이 도시와 사람을 위한 진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건축가 승효상 씨는 저서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 급진적인 도시개발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도시의 흐름을 거슬러 무차별적으로 조성되는 테마파크, 공원, 랜드마크는 오히려 도시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었는데, '도시의 흐름'이란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자국을 남기듯 긴 시간동안 수많은 주민들이 남긴 흔적들의 점철일 것이다. 흔적도 없이 그것들을 지워버리건 외곡하는 것은 수백개의 나이테를 가진 나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라버리는 만큼이나 잔인한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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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철학 | 모든 것을 의심하라!자기개발, 취미 2023. 10. 10. 11:24
0. 요약 - 새로운 지식이 과거의 지식을 부정하는 학구의 세계에서, 그는 지식은 확실한 진리로부터 출발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데카르트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우화, 시가, 신학, 철학, 여행 등 여러 시도를 했다. - 기존에 그가 알고 있던 모든 사실들을 믿을 수 없는 것들로 여겼다. - 따라서 그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무(無)의 상태에서 다른 모든 지식의 토대로 자신의 힘을 통해 인식할 수 있었던 진리만을 사용했다. - 직관에 의해 완전하고 직접적으로 단순한 진리를 파악>연역에 의해 정신의 연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행위를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 삼단 논법은 개념들간의 관계지만, 연역법은 진리간의 상호관계라는 차이가 있다. 1. 진리를 향한 시도들 - 우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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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니츠 철학 | 단자의 완벽한 조화자기개발, 취미 2023. 9. 19. 20:12
1. 라이프니츠 철학/수학/정치에 능했던 천재. 그러나 뉴턴과 미적분을 두고 마찰이 일어나게 되고(뉴턴보다 3년 일찍 개념을 정리했음에도), 이 일 때문인지 말년에 학회에서 따돌림을 받다 사망한다. 2. 실체 :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데카르트는 실체를 신/정신(정신의 속성은 생각하는 것)/물질(물질의 속성은 크기와 모양 즉 연장이 있다는 것이다)로 여겼다. 그러나 그의 이론대로라면, 정신과 물질이 각각 실체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 종류의 실체를 하나로 묶어버렸다. 그것을 스피노자는 '신 또는 자연'이라 불렀으며, 정신과 물질은 실체가 아니며 신 또는 자연이 가진 몇 가지 속성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계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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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폰다 | 돌직구 성교육] 성인들을 위한 성 교과서서평 2023. 7. 5. 11:42
학창 시절을 포함해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한번 받아보지 못했고(학교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실시한 기억이 없다), 때문에 20대 한창을 보내고 있는 지금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괜찮은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알아봤지만 주로 미성년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비중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권위 있거나 나름 널리 알려진 기관에서 실시되는 교육의 경우 앞 3개월치의 예약이 완료되었을 정도였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치의 예약이 미리 찬 곳도 있다고 하는 걸 보니 과거와 달리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아주 달라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방학 한참을 기다려 개강 직전에 교육을 한 번 받으러 가기에는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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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번 | The Secret] 인생은 나의 손에 달려 있으며 하나도 빠짐없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서평 2023. 6. 29. 12:02
당신의 목적은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당신의 사명은 당신이 스스로 제시하는 것이다. 당신 인생은 당신이 창조하는 대로 펼쳐질 테고, 누구도 그것을 심판할 수 없다. 예전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라고 하는데 그 경로로 알게 된 것은 아니고, 그 사실도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서나 알게 되었다.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군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군인이었고, 나는 대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날이 저물자 시시덕거리는 이야기는 들어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등 사뭇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어쩌다 보니 그 친구의 꿈이나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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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NEOM) 프로젝트, The Line은 건축학적으로 타당한가 |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어린 판타지인가?건축 2023. 4. 21. 11:44
1.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 어린 판타지인가? 전 세계로부터 갖은 비난과 비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내 지면을 박차고 떠오른 비행선 “빠삐용(Papillon)”은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생명과 활기로 가득 찬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나아간다[1]. 건축물 혹은 도시라기보다 미래시대의 어느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The Line’ 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인상이었다.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앞선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과연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인도해줄 방주일까 아니면 그저 “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남자의 허세 어린 판타지일까? 2.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와 네옴(NEOM)프로젝트의 의미 전례 없던 디자인과 규모, 문명이 발현된 이래로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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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자일(MIZEIL), 미로같은 설계로 고객들 붙잡기건축 2023. 3. 8. 13:40
여는 말.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끼고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했었다.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 시간이 아까울세라 매일 일정을 빼곡히 계획했었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각종 매체 너머로 익히 봐왔던 것들을 하루에 몇 개씩 만나보기도 했다.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빼꼼 내다보이는 피사의 사탑 끄트머리를 처음 봤을 때 ‘현실감’이라는 단어가 문학이나 평론에만 쓰이지 않고, 현실에서도 쓰일 수 있음을 깨달았는데. 세계적으로 저명한 랜드마크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놀라움과 믿기지 않는 복잡한 심정을, 나는 종종 ‘매 끼니 해외 유명인사들과 단둘이 식사를 하면 그런 기분일 것 같다’라고 표현했었다.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건물은 과연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