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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옴(NEOM) 프로젝트, The Line은 건축학적으로 타당한가 |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어린 판타지인가?
    건축 2023. 4. 21. 11:44

    1. 노아의 방주인가? 허세 어린 판타지인가?

     전 세계로부터 갖은 비난과 비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내 지면을 박차고 떠오른 비행선 “빠삐용(Papillon)”은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생명과 활기로 가득 찬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나아간다[1]. 건축물 혹은 도시라기보다 미래시대의 어느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The Line’ 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인상이었다.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앞선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과연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인도해줄 방주일까 아니면 그저 “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남자의 허세 어린 판타지일까?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2.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와 네옴(NEOM)프로젝트의 의미

     전례 없던 디자인과 규모, 문명이 발현된 이래로 가장 큰 프로젝트라는 평가는 네옴시티에 대한 진심 어린 궁금증을 일으켰다.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건축학적 시선으로만 해석하려 할 것이 아니라 사우디의 정치∙역사적 흐름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과거 사우디는 가난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고 한다. 1600 년대부터 진주를 수출하기도 했지만 1900년도 일본이 진주 양식에 성공하며 그조차 어려워진 순간 ‘검은 진주’ 즉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다. 사우디 국왕과 미국 국무부장관 헨리 키신저가 만나 사우디는 안정적으로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고, 모든 석유 거래는 달러로만 할 것과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지기로 약속하게 된다. 산업화 시대, 모든 국가가 석유를 필요로 한 시대에서 달러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석유 시대를 지배한 사우디가 누구보다도 과감하게 석유 없는 시대를 열고 있다. 석유의 유한함은 물론이고 석기시대도 석기가 없어서 끝났던 것이 아니었듯, 대체 에너지들의 개발로 그 수요도 줄고 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젊고 거칠고 강한 지도자 빈 살만을 중심으로 2030년 까지 사우디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화석 연료 이외의 새로운 먹거리를 탐색하고 있다.

     

     

     

    3. 네옴(NEOM)프로젝트의 내용

     그런 배경에서 ‘네옴시티’ 계획된 것이다. 사우디 서북부에 위치한 타북지역,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사막에 3가지의 미래도시를 기획했다. 지름 7km 규모의 바다 위 부유식 산업 생산 단지 옥사곤(Oxagon)’.  해발 2600m 네옴 산에 조성되어 1년 내내 야외 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인공 레저타운 트로제나(Trojena)’. 폭 200m 높이 500m 길이 170km에 달하는 유리벽의 직선형 스마트 도시, 양 끝을 20분만에 오갈 수 있는 지하 고속 철도와 5분만에 어디든 오갈 수 있는 수직 엘리베이터가 있는 라인(The Line)’ 까지.  그 중 가장 강력하게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The Line 은 타당한 건축물인지 논해보고자 한다.

    옥사곤 (Oxagon)
    트로제나 (Trojena)
    더 라인 (The Line)

     

     

     

    4. The Line의 건축학적 타당성 평가.

    1. 자연의 지혜 존중

     고층 건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이다. 고층 건물을 볼 때 건물이 수직인 벽에 매달려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2] 그 힘은 엄청난데. 가령 카르만의 와류(Karman Vortex Street)[3]에 의해 건물 뒤로 소용돌이가 생기면 불규칙한 진동에 의해 심할 경우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다. 초고층의 건물이 강력한 풍압을 견디기 위해서는 건물 전체를 지탱해줄 강철 보강제를 이용하거나 풍압을 회피하도록 해야 하는데 The Line은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한 셈이다. 아울러 빌딩에 바람이 부딪쳐 발생하는 ‘빌딩풍’[4]에 의해 건물 하부 모래가 파헤쳐질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한 동으로 연결된 건물에 화재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고(심지어 조감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옥상이나 발코니도 찾아볼 수 없다), 조감도에서 보였던 500m상공의 발코니들은 기압차와 강한 바람으로 현실 가능성이 낮다.


    2. 사람 존중, 사람을 위한 건축 :

     500m높이의 벽이 200m 폭에 있으면 하늘이 좁고, 뿐만 아니라 조감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요소들이 교차하며 하늘을 가리게 되면 저층부에서는 거의 하늘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협소한 자연을 제외하고는 계속 인공적인 환경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빌딩 증후군’[5]이 우려될 정도로 폐쇠적이고 인간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보다 상층부가 더 인공적인 자연 환경을 조성하기 쉽고 일조량이 많이 자연스레 사회 상류층 사람들이 머물게 될 것이며 그 반대의 하층부는 슬럼이 조성되어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어 사회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도시가 된다.

     

    3. 장소 존중, 장소가 건축을 규정한다. 지역성을 고려한 건축 :

     사우디는 태양전지를 필두로 재생에너지 의존률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The Line에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는 지역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한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태양광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도시는 물론이고 건축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일 것이라 계획했지만, 광전지 모듈에 모래가 쌓이며 효율이 40%이하로 떨어지며 실패하게 되었다. 모래 폭풍이 잦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태양전지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발상은 예측되는 리스크가 크다. 끝으로 끊김 없는 직선형의 거대한 유리 건축물은 사막 생태계의 단절과 교란을 일으켜 자연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설계라고도 할 수 있다.

    탄소제로시티 마스다르 프로젝트

     

    4. 생활사 존중, 순환할 수 있는 설계 :

     네옴 프로젝트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말들 중 하나가 바로 ‘자급자족’이다. 이는 내부적으로 모든 것이 순환되는 체계 즉 하나의 긴밀하고 정교한 생태계를 이룬다는 말로도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었는데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The Line의 최종 수용 인원은 90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6], 한국의 1인당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일평균 350-440kg사이라고 하니[7] 어림잡아 알 수 있는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연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본받아 어떠한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은 네옴 뿐만 아니라 인류에 중요한 숙제다.

     

    5. 에너지와 자연자원 존중/자연에서 에너지 얻기 :

     하룻동안 지구에 유입되는 태양광 에너지를 전부 합하면 27년동안 인류가 쓸 수 에너지의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구의 모든 활동은 태양에너지로부터 시작된다.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오는 것은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The Line은 이것을 잘 실천하고 있을까?

     아쉬운 부분들이 적지 않다. 풍력 발전에 대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하루 두 번 큰 기압차를 만들어내는 해안가 근처로 사이트를 옮기거나, 건물을 직선형으로 만들지 않고 점선형으로 끊어 만들었더라면 실제 바레인 무역 센터처럼 건물 사이에서 이는 ‘빌딩풍’의 영향으로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 건물 사이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덧붙여서, 네옴의 모든 에너지는 풍력, 수소 및 태양광 발전을 통해 100% 탄소 없는 도시를 만든다고 하지만 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건축 환경 학교 책임자인 Philip Oldfield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사용하는 재료로만 180만 톤의 탄소 배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유럽의 한 국가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6. 과정 존중/기존의 사고를 타파해야 한다 :

     그렇다고 모든 요소들이 비판 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도시의 고밀화는 지속가능성을 높힌다. ‘고밀화 도시(Compact City)’ 즉 도시의 밀도가 높으면 1인당 가솔린 사용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주변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우수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아가 인프라를 경험할 때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에 개인이 더 활발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수직으로 인프라를 연결하고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면 수평 구성보다 비효율적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지만, 수평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밀도 있는 구성을 띄며 ‘5분 안에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가장 밀도 있는 도시를 만들어 거대한 잠재력을 기대하게도 한다.

     

     

    5. 개인적인 생각

     The Line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규모로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어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투자에 비해 공간적/효율적/환경적으로 미흡한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네옴시티는 사실 세계 최고 기업과 인재들을 모이도록 할 산업 생산단지인 옥사곤을 의미하며 The Line프로젝트는 다음에 추가된 내용이라는 기사[8]와 웹사이트만 봐도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피상적으로 드러냈으며, 환경적인 의도는 그저 이용할 뿐이라는 인터뷰[9]를 떠올리며 The Line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한 마디로 남기자면 “터무니없고 네옴시티(옥사곤) 홍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 덧붙여서...

     이렇게 냅다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마, 그렇다고 마냥 불가능하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보이고 더 좋은 모델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치명적인 부분은 아니다.   예컨대 The line의 하단부는 햇빛이 닿지 않아 음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0m의 넓지 않은 폭과 양측 모두 유리를 사용하면 빛이 측면을 통해 충분히 1층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안 그래도 바람때문에 구조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데 에너지를 더 얻기 위해 바다로 사이트를 옮기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나아가 오히려 내륙으로 도시가 뻗었을 때 다른 도시들과 연결되어 더 다양하고 활발한 상호작용을 보일 수도 있다. 직선이 아닌 점선으로 건물을 지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빌딩풍을 점선형태의 건물이 지탱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등등.. 아울러 네옴 프로젝트의 모든 것들은 전례 없는 혁신에 가까운 기술과 개념이기 때문에 옛 시대의 경험을 토대로만 평가하려 한다면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우리의 기술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반대로 석유로 엄청난 부를 쌓은 국가라는 특수성에 힘입어 우리의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탄소 제로, 자급자족의 거대한 건축물인 동시에 도시가 만약 성공한다면 혹은 반쯤 성공한더라도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지 누가 아는가? 사우디니까 해줄 수 있는 것이고 때문에 여러가지 피반의 목소리 가운데 내심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1]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중 한 장면.

    [2] 함인선 교수, 한양대 건축학부 https://www.youtube.com/watch?v=EN774BUMfIg

    [5] 건조하고 혼탁한 실내 공기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적 이상 증상. 두통, 현기증이 일어나거나 눈과 피부가 가렵고 따끔거리는 증세가 나타난다_네이버 사전

    [7]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발생 총량을 인구로 나눈 지표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5097

    [8] 시나시 알파고/튀르키에 기자 https://www.youtube.com/watch?v=EN774BUMfIg

    [9] 파브리치오 치가/누질랜드 빅토리아대 도시설계공학 https://www.youtube.com/watch?v=EN774BUMf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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