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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 우리 안에 남아있는 시선서평 2022. 9. 13. 11:33
1. 줄거리
‘모던 걸’ 심시선의 자녀들과 그들의 자녀(심시선에게는 손자)들은 심시선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당부를 깨고 10주기를 기념하고자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게 된다. 각자가 흩어져서 가장 좋은 것들을 찾는데, 그 모든 과정과 시간과 순간속에는 심시선이 함께한다. 아울러 각 단락 앞부분에서 시선의 글로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서서히 드러내는 부분이 매력을 더해준다.
2. 느낀 점
단순히 김시선을 기리기 위한 한 가족의 하와이 여행일지로만 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글인 것 같다. ‘모던 걸’ 심시선의 아픈(시선 개인적으로 고되었던 과거와 과거 여성이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제한당했던 과거)과거 이야기, 각 인물들이 가졌던 상쳐(사회적으로부터 얻은, 인간관계로부터, 스스로에게로부터)들을 치유해 나가는 그 과정에 주목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모든 순간에 그들에게는 심시선이 함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심시선의 자녀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작용한다.
나는 그 중에서 2가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첫째로 이들과 같이 성찰과 치유가 풍부한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안다. 작가도 그것을 알았는지 끝에 도둑이 숙소에 드는 장치를 추가하지 않았나 싶었다(지나친 낭만감으로 인한 이질감을 무마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심시선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사회적으로나 가족에게나). 십년을 보지 못해도 항상 기억 속에서 지혜를 주는, 한 세대를 건너 뛰어서도 끊임없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우리 가족 개개인의 정체성이 되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331p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 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심시선을 표현하는 문단.
334p
(작가의 말)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 더하여 한국 사회를 감아도는 따가운 혐오의 공기에 대한 긴 토로이기도 하고, 늘 괌심을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와 생태주의에 닿아 있는 부분도 적지 않고, 여느 때처럼 친밀감과 이해를 향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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