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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일상 2023. 2. 12. 01:33

     

    뻔한 전개오디오가 아쉬웠지만 소극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경험한 것 같다.
    아울러 피아니스트의 부드러운 천 같은 연주가 인상 깊고
    배우들의 연기상황에 적합한 무대 연출이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대학로 공연은 한번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동창 친구가 같이 보러 가자는 말에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따라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보게 된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소규모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컬은 처음이라 여러모로 많이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좌)공연이 있었던 혜화 yes24스테이지 / (우) 티켓과 동봉되어있던 포토카드 


     

     줄거리 

    죽기 전 베토벤은 그의 제자에게 마리를 찾아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고, 편지를 전해받은 마리가 읽어나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편지에는 베토벤의 일생이 담겨 있었다.   

     

     등장인물 

    루드윅 베토벤 : 중심 인물. 유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리 : 발터를 베토벤에게 데려다준 인물이자 건축가의 딸. 베토벤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으며 훗날 설계도가 박람회에서 뽑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 이후 수녀가 되어 소녀들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친다.

     

    발터 : 마리가 베토벤의 제자로 권하기 위해 데려간 아이. 피아노에 재능이 있지만 한창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에게 아이를 가르칠 여력은 없어 내쳐지게 되고, 결국 영국으로 떠나게 되지만 가는 길 도중에 배가 침몰하며 사망하게 된다.

     

    조카 카를 : 베토벤의 조카. 어릴 적부터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루드윅 베토벤'으로 불렀다. 발터의 사망 소식을 접한 베토벤은 마치 카를을 통해 속죄라도 하려는 듯 애정 가득히 제자로 기르지만 카를은 원치 않는 진로와 끝내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베토벤과 의절하고 군인이 된다.

     


    - 느낀 점 -

    1. 루드윅 베토벤 

    공연이 끝나고 친구는 베토벤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사육당하듯(공연에서도 언급된 표현이다) 성장한 카를이 안타깝다고 했다. 공연에서도 분명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카를보다 베토벤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강압적으로 재능을 길러져야 했었던 것과, 음악인으로서 청력을 잃어가던 차에 찾아온 발터의 죽음 그리고 그 이유를 물으러 온 마리. 속죄하듯 기른 제자 카를이었지만 너무나도 잔인한 방법(자살)으로 베토벤을 벗어나려고 했던 것 등. 폭력을 비롯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도 참아가며 재능을 길렀던 그였고, 한창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차에 다름 아닌 청력을 잃었다.

     

    발터의 죽음은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지만 화살은 그에게로 돌아왔고, 카를이 괴로워하던 것은 이해가 되면서도 카를을 위해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시간 그리고 무대를 준비해 주었던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유년기에 강압적으로 음악을 배워야만 했던 그로서 이해의 한계를 넘어선 노력을 다했을 텐데 어쩌면 카를은 오히려 감사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능과 명성은 넘쳤을지언정 인적(人的)으로는 너무나도 가난해 보였던 그가 가슴 아프게 안타까웠다. 누구 한 명이라도 그의 곁에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의 행보에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홀로 그 모든 불행을 감당했어야 하거나 혹은 그 모든 기쁨을 혼자만 누렸어야 하는 그의 삶은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2.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며 

    두 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동안 한 삶의 희로애락을 바라보며 나는 무얼 하고 살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자연스레 찾아왔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자니 베토벤처럼 재능이 있을 법하지는 않고, 오히려 밥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애꿎은  카를에게 따가운 시선만 던지게 되기도 했다. 

     

    청력을 잃었으면서도 음악인의 꿈을 접지 않았던 그에게 존경을 보낸다.

     


    - 인상 깊었던 것들 -

    1. 뮤지컬은 종합예술 

    뮤지컬이라길래 당연 배우와 노래, 발성정도만 기대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봤던 여러 공연도 그렇게 봤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무대 그 자체였다.

     

    액자 같은 구조물이 입체적으로 무대에 배치되어 있었고, 그것으로 나뉜 공간들이 마치 액자처럼 여러 화면을 만들어내면서 다양한 연출이 만들어졌던 것이 인상 깊었다. 단순 배우들이 앉거나 기대는 구조물을 넘어 역동적이고 자연스럽게(눈에 띄지 않게) 무대를 나누어 다양한 연출과 화면이 만들어지면서 집중과 이해를 쉽게 하도록 만들어줬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빛의 사용이었는데. 때와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색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섬광에 텍스쳐를 넣어 신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등 아주 섬세한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물에 섬광을 내리쬐며 그 상황에 대한 의미를 쉽게 부여할 수 있게 했는데 예컨대 피아노 위 악보를 쓰던 잉크펜 위로 섬광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어던의 미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것이 절정에 달했던 것은 청년 베토벤이 청각을 잃는 그 순간 강한 빛이 가로 선을 그으며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그 빛이 만들어낸 완벽한 직선은 소리의 파동이 사라졌다는 것과 동시에 심장 박동이 멈춰 직선을 그리는 그래프를 떠올리게 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종말(사망)을 표현하는 듯 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빛은 단순히 이목을 끌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의 분위기나 의미를 섬세히 도드라지기 위하기도 하며, 어떨 때에는 배우가 주는 비중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느꼈던 무대였다. 

     

     

    2. 손발이 척척 맞아야 

    처음에 등장한 청년은 마리 수녀에게 편지를 전해주고서는 그녀의 부탁으로 편지를 읽는 동안 연주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 동안 피아노만 계속 연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연주가 얼마나 감미로운지 음반 하나하나가 마치 부드러운 하나의 비단인듯한 심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4명의 배우들이 중앙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청년과 배우들이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연주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또한 그 긴 러닝 타임동안 대사를 한번 보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기도 하고, 조명, 음향 등 그 효과들이 한 번의 오차 없이 제때 제자리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영화 같은 경우는 틀리면 다시 하면 되지만 거의 영화에 버금가는 시간 동안 틀림없이 한 번에 진행되는 것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숨은 배우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야만 했다. 

     


     

    - 아쉬웠던 것들 -

     

    1. 한국적인 해석 

    이야기 전개가 전형적인 한국식 스타일이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가령 과장된 리엑션이나 이야기 전개가 그러했고, 무엇보다 늙어버린 자신의 꿈을 젊은이에게 강요하는 이야기는 여러 미디어나 책으로 소비되었던 주제였기에 일반적인 틀 안에 많이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아쉬웠다.

     

    뻔한 스토리와 전개는 아쉬웠지만 연출과 배우들의 실력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충분히 남는다. 

     

     

    2. 아쉬운 오디오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배우와 눈높이가 비슷하면서도 거의 정중앙에 앉았는데 오디오가 무척 아쉬웠다. 큰 오페라 극장은 울림까지 계산되어 내부가 설계된다고 하는데 워낙 소극장이라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아쉬웠던 것은 바로 스피커. 고음 혹은 큰 소리가 날 때 지지직거리고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아주 거슬렸다. 차라리 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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