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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서평 2022. 10. 3. 09:49

     

    지옥을 선택할 용기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사회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나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읽히기를 꺼렸을 정도로 헉의 행동은 무법적이었기 때문인데, 헉이 거의 고아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오며 숙달된 생존 기법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조질은 어느정도 정상참작된다. 오히려 그의 악한 모습은 독백과 사색의 내용과 대립되어 선한 부분을 강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하 언급한 부분이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것은 끔찍스러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지요”

     

    이러한 헉의 절규는 문명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나 개인의 직관과 참다운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을 천명하는 일종의 양심선언서라고 할 만하다. 만일 내가 헉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더라면, 헉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고, 나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할 길을 모색했을 것 같다.

     

    헉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헉은 말씀 그대로를 받아들여 자신의 죄를 인정했지만, 나는 내가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롭게 말씀을 수정하려 한다는 것에 있다. 헉의 행동보다 더 바른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나는 헉의 행동에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 해설 

    601p

    이 작품은 넓은 의미에서 전통적인 <악한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첫째, 이 소설은 신분이 낮은 서민 출신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둘째,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여행이나 노상에서 겪는 갖가지 경험을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한다. …셋째, 이 작품은 이런 천한 주인공이 몸소 겪은 사건을 고백하는 자서전적 소설로 되어 있다. …넷째, 이 소설은 구성면에 있어서 면밀하게 짜여진 플롯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601p

    그러나 단순히 악한 소설로만 읽는다면 작가가 이 작품에서 의도하고 있는 바를 놓치기 쉽다. …따져보면 그에게는 부정적인 측면에 못지않게 긍정적인 측면이 아주 많다. 한마디로 헉은 병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헉은 전형적인 피가로와는 달리 풍부한 감수성과 인간성의 소유자로서 심한 내적 갈등과 긴장을 겪고 있으며, 동료 인간들이 받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도 남다른 동정심을 보여준다.

     

     

    604p

    헉은 다시 한번 도덕적 위기를 맞는다. …그는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하고 말한다. 이 말에 대하여 헉은 <그것은 끔찍스러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지요>하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이 무렵 점잖은 독자들의 비위에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특히 그들을 그토록 화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구절이었다. 그러나 헉의 절규는 문명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나 개인의 직관과 참다운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을 천명하는 일종의 양심 선언이라고 할만 하다.

     

     

    605p

    「허클베리 핀의 모험」또한 여행 그 자체보다는 그러한 여행을 통하여 주인공이 얻게 되는 정신적 각성 또는 도덕적 통찰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어 있다.

     

     

    607p

    강과 뗏목은 자유·안정·행복·평화·자연과의 조화 따위를 상징하는 반면, 강변과 그 주위 마을은 속악·악의·탐욕·폭력을 상징한다. 헉과 짐은 이 두 경험 사이를 마치 괘종시계의 추처럼 끊임없이 서로 오가고 있다.

     


     

    책 속의 한 문장


    216p

    자유주에 이르러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전 한푼 쓰지 않고 돈을 모을 것이고 충분히 모아지면 왓츤 아줌마가 살고 있는 데서 그리 멀지 않은 농장에 팔려간 자기 마누라를 다시 사고, 그러고 나서 자기 부부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아들 둘을 되살 것이며, 만일 주인이 팔지 않는다면 노예 폐지론자에게 부탁하여 애들을 훔치게 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257p

    교회에는 돼지가 한두 마리 돌아다니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에 자물쇠가 채워 있지 않은 데다가 돼지는 여름철에는 바닥에 찬 판자 마루를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꼭 나가야 할 때 말고는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돼지들은 그렇지 않답니다.

     

     

    358p

    음악이라는 것은 참말로 좋은 것이지요. 저렇게 터무니없는 왕의 연설과 엉터리 수작을 들은 다음에도 음악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상쾌하게 해주고 그렇게 정직하고 기쁘게 해주는 줄은 여태껏 몰랐습니다.

     

    ‘왕’이 죽은 피터 윌크스 영감의 형제인 행세를 하며 마을에 막 도착한 직후 관 앞에 서서 모여든 마을 사람들에게 있지도 않은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절절히 늘여놓고 난 후, 군중 속 누군가를 시작으로 그곳에 있던 모두가 ‘영광의 송가’를 불렀다.

     

     

    448p

    이런 식이었지요. 즉 누군가가 비열한 행동을 하고도 그 보복을 받기 싫어한다. 숨어 있을 수가 있는 한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한 입장이 바로 이와 같았지요. 이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내 양심은 나를 괴롭히고, 점점 더 내가 나쁘고 비열하며 야비한 놈으로 생각되었습니다.

     

     

    449p

    죄를 포기하는 척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가장 큰 죄에 매달려 있는 거지요.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하겠다고, 그 검둥이 주인에게 검둥이가 있는 곳을 편지로 알려주겠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도 그것을 알고 계시지요.

     

     

    451p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다시 나쁜 짓을 하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 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502p

    톰은 우리들은 죄수의 대표자이고, 죄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손 안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 수단과 방법은 문제가 아니며, 또 아무도 죄수를 탓할 권리도 없다고 했습니다. 죄수가 탈출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가 안 된다고 톰은 말했지요.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탈옥에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다 훔칠 권리가 있다는 거지요. 만일 우리들이 죄수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며, 죄수도 아닌데 훔치는 것은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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