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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유럽여행] 뉘른베르크 |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과 장난감 박물관
    일상 2023. 1. 31. 00:48

     

    1.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

    뉘른베르크에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고 해서 그 이유로 방문하게 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거리인데 지난 이틀 연속으로 쉴 새 없이 돌아다녀서인지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나섰다. 프랑크푸르트가 좋은 점은 대부분의 출발역이기 때문에(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역이나 부산역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연착이나 지연이 매우 적고, 있다고 해도 시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도착한 뉘른베르크. 중앙역 바로 앞 쾨니히문을 시작으로 오래된 성벽이 시내를 둘러싸고 있다. 성벽 안쪽이 어찌나 넓은지 과거 전쟁으로 고립되어도 3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굳이 요새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던 말을 굳이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 내가 군주 같아도 요새부터 지었을 것 같기 때문에.

     

    성벽 안쪽은 대부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마켓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식물들은 빠짐없이 곳곳에 배치되어 눈을 어디로든 돌려도 크리스마스였다.

     

    과연 굴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할 정도로 그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로렌츠 성당 앞 수십 개의 마켓에서는 각각 개성 있는 기념품과 음식들을 판매했다. 호연이와 나는 출출함을 달래고자 소시지와 빵을 먹었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느꼈던 그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시지의 맛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일수도 있다.

     

    저녁에 로렌츠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니 전망대로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계획한 전망대들을 모두 못 올라가 본 상태였기에 얼씨구나 3유로를 내고 올라갔다. 근데 알고 보니 입장료가 아니라 기부였던 것. 3유로를 꼭 낼 필요는 없다. 그래도 아깝지 않은 비용이었다. 뉘른베르크 마켓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에 올라서니 수료증 그 비슷한 것을 딴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집으로 돌아가도 아쉽지 않을 기분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특별한 개성이 있다기보다 정말 규모만 컸다는 것이다. 달리말해 평수만 넓은 느낌이었는데, 볼 건 많지만 프랑크푸르트보다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2. 장난감 박물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곳.

    뉘른베르크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제외하고도 몇 군데 들려볼 만한 곳들이 있다. 그중에서 장난감 박물관이 여러 번 추천되어 방문했다.

     

    입장을 하고 바로 보이는 0층부터 매력적인 곳이다. 은하수처럼 하늘에 매달린 장난감부턴 눈길이 닿는 곳 어디든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꾸며져 있다.

     

    2층까지는 박물관이고 3층은 체험관으로, 큰 기대를 안 했었던 것과 달리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하고 놀았던 것 같다.

     

    유독 기억에 남았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올라가는 계단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다. 그림에 달린 설명과 함께 보면 순수한 웃음이 올라오게 된다. 두 번째는 세상 푹신했던 의자들. 아이들은 구경하고 부모님은 의자하나를 차지하면 딱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3. 공동묘지

    김영하 작가님이 여행지를 가면 꼭 묘지를 방문한다는 말에 굳이 찾아가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하는 한국과 달리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었다. 그럴 수 있는 건 좁은 땅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숙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벤치도 있는 걸 보니 묘지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깔끔하게 눈을 치워두는 등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 보였다.

     

    고조할아버지부터 가문이 그대로 묻힌 곳이 있는가 하면, 부부가 묻힌 곳도 있었다. 단출하게 한 곳도 있는가 하면 두세 자리를 한꺼번에 쓴 데다 조각까지 세운데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각 묘지마다 화분으로 보이는 금속 바구니가 있고, 오래되어 보이는 묘지에도 싱싱해 보이는 활엽수들이 정돈되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으니 오히려 거부감도 덜하고, 가끔 고요한 분위기를 찾아 방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돌아가신 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자주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고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많은 전쟁이 있었는데 그 많은 희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기억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뒤로나 앞으로나 여행에서 방문할 곳들 중 독특한 곳이기에 기억에 잘 남길 수 있도록 사진이라도 찍을까 했지만, 많이 실례인 것 같아 멀리 돌아 나와 근처 길목만 사진에 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골목 사진이지만 그 사진만 보더라도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 골목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공원 같던 묘지를.

     

     

     

    4. 나치 전당대회장

    나치가 전당대회를 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중심으로 들아가면 메이즈러너 1편에서 등장한 미로 구조물들을 실제로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든다.

     

    원래 천장도 덮고 좌석을 배치하는 등 계획을 세웠지만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얼마 안 가 버려졌다고 한다. 내부 박물관에서 관람하던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관광객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종의 진지함이 있었다. 수억 개의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에서는 말로 하기 힘든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쉬운 건 공사 중으로 전망대와 반대쪽 박물관을 방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생 할인으로 1.5유로 비용이 들어 다행이지 6유로 그대로 냈다면 많이 서운할 뻔했다.

     

    말이 나온 김에 독일은 학생 할인이 많은 데다가 할인율도 크다. 방문하게 된다면 국제학생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5. 정육점에서 식사.

    해가 지고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빈약했던 점심에 허기가 찾아와 아까 낮에 사람들이 줄을 섰던 가게를 찾았다. 마침 사람이 없어 메뉴를 물었더니 친절하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안에서 여덟 가지는 넘어 보이는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해 줬고 햄에 관심을 보이자 먹어본 적 없냐며 직접 잘라주셨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듯한 고기수프, 햄, 소시지, 직접 구운 빵으로 저녁을 했는데 놀랄 만큼 맛있었다. 게다가 둘이서 7유로라니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매일 찾아오고 싶어 지는 그런 곳이었다. 친절함과 맛 둘 다 잊을 수 없는, 뉘른베르크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곳이다.

     

     

     

    6. 돌아가는 길 지연과 연착.

    역시나 기차는 또 지연되었고 버거킹에서 3유로나 주고 콜라를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기차를 탔는데 역시 계속되는 지연과 연착... 환승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결국 9시에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꼭 집에 돌아오면 반신욕을 하는데 피로를 푸는데 그거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루에 2만 5 천보씩 걷다 보면 허리와 다리, 발이 욱신거리는데 반신욕을 하고 나면 잠도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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