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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유럽여행] 뮌헨 여행 | 님펜부르크 궁전과 마리엔 광장
    일상 2023. 2. 1. 10:45

     

    1.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눈이 발목까지는 집어삼킬 정도록 소복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찻길은 제법 잘 녹아있었는데 여기서는 염화칼슘을 모종삽 같은 걸 이용해 손수 직접 뿌린다. 조금 더 외진 곳의 경우에는 염화칼슘이 아니라 자갈돌을 뿌리기도 한다.

     

    이렇게 눈이 쌓인 모습을 유럽에 와서 처음 봤는데 눈이 참 잘 어울리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좌)님펜부르크 궁전으로 가는 길 / (우)님펜부르크 궁전 앞 호수. 유럽은 공원에서 조류들이 잘 관리되는 것 같다.

     

    해가 왼쪽에 가깝게 떠 있을 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시간을 조금 흘려보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마을을 살펴보고, 다시 시간이 조금 흘러 해가 오른쪽에 떠 있을 때, 노을이 떠 있을 때, 해가 졌을 때 마을이 어떤 모습일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낮에 님펜부르크 궁전에 들렀기 때문에 마리앤 광장의 아침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너무 당연하지만 아쉬웠다.

     

     

     

    2. 님펜부르크는 전체가 주인공.

    제 2의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님펜부르크 궁전에 들렸다. 여기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원래 지붕 색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사진을 보니 주황색이라는데, 빈틈없이 쌓인 흰 눈과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 벽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다.

    님펜부르크 궁전 정면 모습, 눈과 아주 조화로운 색상이다.

    건물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어서 한눈에 담을수가 없을 정도다. 카메라 렌즈에도 한 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가로로 넓게 퍼져 있는데, 때문에 건물이 낮은 것도 아닌데 멀리서보면 낮아 보인다. 가까이 가서 옆에 서봐야 그제야 꽤나 높이가 있는 건물이라는 걸 체감할 수가 있다.

    님펜부르크 궁전은 아주 대칭적이고 넓게 펼쳐져 있어 그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앞에서 한참을 사진찍고,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라만 보기도 했다. 그렇게 있으니 눈을 어디에 어떻게 둬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당연 중앙 가장 큰 왕실 건물을 중심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 부분만 딱 놓고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부는 깜짝 놀랄만큼 화려하지만 외부는 굉장히 검소하고 단조롭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든 생각인데 주위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는 아닐까?

    님펜부르크 내부, 단조로운 외관과는 달리 아주 화려하다

    좌우 대칭을 자로 잰 듯이 맞춘 걸 보면 꼭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한다. 단조로우면서 굉장히 절제하려고 했지만 그 안에는 무척 단단하고 강력한 힘이 있음을 눈으로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건물이라고 해야 할까. 외경과 내부의 이질감도 굉장히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렇게 넓은데 어쩜 대칭을 완벽하게 잴 수 있었을까 싶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자를 들고 이동하면 정말 딱 맞아떨어질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 0.5 세계 불가사의라고 불러주고 싶다.

     

    기념품샵에서 아주 화려하고 예쁜 컵이 하나 있어 살까 고민했는데, 여행이 한 달은 더 남은 지금 차마 안전하게 들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내려놨다. 한 컵 정도의 아쉬움을 두고왔다.

     

     

     

    3. 악마도 흔들지 못한 프라우엔 교회

    가볍게 님펜부르크 궁전을 둘러보고 나와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지난번 밤늦은 시간이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프라우엔 교회와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해서 방문했다. 내부 구조는 독일의 여느 성당들과 비슷했다. 굉장히 높은 층고와 볼트식 구조, 성당 가장 끝 맞은편에 있는 화려한 조형물, 양 옆으로 있는 작은 방들과 그곳에 있는 성경 인물 혹은 사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특이한 게 있다면, 프라우엔 교회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교회일 것이라는 것이다. 어디 나온 말은 아니고 그냥 내 감으로, 홀 자체만 두고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부가 아주 웅장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높이는 가장 높다. 높이에 버금가는 거대한 내부 공간이 아주 인상적이다.

    (좌)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프라우엔 교회 / (우)푸라우엔 교회 내부, 오케스트라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소리의 울림이 인상적이었다.

     

    전망대를 찾아 나서려고 하는데 웬 사람들이 입구의 발자국 모양에서 멈춰 들여다보고 있었다. 호연이가 이게 아주 유명한 거라며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라.

    악마가 남기고 간 발자국

     

    "이 성당이 만들어지고 봉헌드리기 전, 악마가 먼저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서 보니 창문이 없었고 이를 실컷 비웃은 악마가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갔을 때 수많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보였고 이에 화가 난 악마가 성당을 무너트리기 위해 힘을 썼지만 성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

     

    그곳에 있는 발자국이 악마가 처음 내디딘 발이라고 한다. 두 번째 발자국은 사라졌다고. 악마의 발자국을 뒤로하고 성당 전망대로 오르는 길을 찾았다. 여태 올랐던 성당 전망대는 거의 계단을 써서 올라갔는데 규모가 커서 그런지 아니면 원체 높아서 그런 건지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가장 가성비 좋은 입장료 3유로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래도 엘리베이터가 나오기까지 잠깐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좁은 군데군데 좁은 창이 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벽의 두께가 거의 1.5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는 것이다. 정말 이 정도 두께로 벽돌이 빈틈없이 쌓여 있으니 악마도 힘으로 어쩔 수 없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관만큼이나 정말 튼튼하고 다부진 성당이었다.

    (좌)전망대 티켓 / (우)전망대로 오르는 길 중간에 난 창문, 벽의 두께가 엄청나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과 달리 프라우엔 교회의 전망대는 실내로 되어있어 유리창 너머로 도시를 내다봐야 했다. 그 높은 곳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게 좋은데 그러지 않아 많이 아쉬웠지만, 높이가 굉장했기 때문에 그 나름의 매력이 또 있었던 것 같다.

    프라우엔 교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마리앤 광장
    (좌)전망대는 한쪽 기둥에만 있다. 그곳에서 바라본 맞은편 기둥 / (우)마리엔 광장 어디서든 프라우엔 교회가 보인다

     

     

     

    4. 뮌헨 최고의 전망 성 베드로 교회 전망대

    원래는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는 죄다 올라가 보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랜드마크와 함께 보이는 마을 전경이었기 때문에 랜드마크 위에는 올라가지 말자고 했다. 신 시청은 올라가 보기를 포기하고 신 시청과 마주 보고 있는 성 베드로 교회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요금은 똑같이 학생 할인을 받아서 3유로. 독일은 학생 할인이 정말 많은 데다 할인 폭도 커서 정말 좋다.

     

    올라가 보니 프라우엔 교회와 마리엔 광장, 신 시청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오픈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시원한 바람을 쐬며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멀리서 지켜본 프라우엔 교회는 여전히 다부져 보였고, 신 시청사의 정교함은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아쉬운 것은 해가 지고 신시청사 앞 트리에 불이 들어왔을 때 크리스마스 광장을 내려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낮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였기 때문에 저녁의 활기찬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성 베드로 교회에서 내려다본 마리앤 광장, 전망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지인이 뮌헨에 간다면, 시간이 없어서 한 군데 전망대에만 올라가야 한다면 성 베드로 교회를 추천해주고 싶다. 랜드마크와 더불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 베드로 교회 전망대에 올라갔다 오니 이제 떠나도 미련이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정말로.

    성 베드로 교회 바라본 프라우엔 교회. 같은 눈높이에서 진가를 느낄 수 있다.

     

     

     

    5. 주말을 앞두고 서둘러 문을 닫는 가게들.

    여행을 와서 계속 부지런하게 움직였던 탓일까 몸이 금방 피곤해져서 오늘은 조금 쉬어가는 날로 하자며 일찍 숙소로 발을 돌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일은 주말이고, 당장 아침에 먹을 것도 마땅하지 않아 마트에 들러야 했는데 주말에는 마켓을 대부분 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았다.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rewe를 비롯한 많은 마켓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정말 주말에는 쉰다는 게 아닌가. 물도 하나 없는데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어찌어찌 어렵게 길을 찾아서 뮌헨 중앙역 안에 있는 마트로 갔는데 물이 1.99유로... ja가 0.5유로였던 걸 생각하면 살 수가 없지만 그래도 마시고는 살아야 하니 물 한 병과 빵, 잼을 사들고 나왔다. 경고를 잘 듣지 않은 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 되기 전에 장을 미리 봐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뭔가 부지런히 한 건 아닌데 쉬는 것까지 포함해서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막 뭔갈 봐야겠다며 줄 세워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맘 편이 보고 싶은걸 그때그때 정해서 움직이고 가서도 제법 볼만한 게 있으니 맘 편한 여행이 되는 것 같다.

     

    호연이가 몸이 썩 좋지 않아 내일 퓌센에는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데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데 걱정이 적지 않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자,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된 성을 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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