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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3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소일상 2022. 7. 14. 23:58
: 스위스 여행 2, 3일차
2일차에는 피르스트(Grindelwald-First), 3일차에는 융프라우(Jungfrau)를 갔다왔다. 피르스트는 융프라우 맞은편 산으로, 융프라우와 광활하게 펼쳐진 언덕 위로 목가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스위스는 어딜 가든 산악 열차나 곤돌라를 타고 높이 올란간다.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할정도로 감탄스럽지만, 숙소를 주로 언덕 아래 그야말로 다운타운에 위치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게 되는데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스위스 산악열차는 오르내리막길을 다니기에 철로에 톱니가 있어 열차의 톱니바퀴와 맞물려 미끄러짐을 방지한다고 한다 .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풍경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곳이다. 어떤 느낌이나면 한국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핸드폰 광각 렌즈로도 어림없는 광활함이다. 또 360도 전부, 저 멀리까지 그야말로 내가 서있는 곳에서 시야가 닿는 곳 어디든 하나하나가 아름다우며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장활한 자연이다.
피르스트는 3구간으로 나뉘어저 각각의 구간마다 다른 레포츠가 준비되어 있다. 난 산악 바이크를 탔는데 직원분이 안다친분은 있어도 조금 다친 분은 없다더라. 경사가 급격해 조금만 실수해도 크게 다치니 진짜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브레이크를 잠깐만 잡지 않아도 급가속되어 나도 무서웠다. 그치만 재미있었는걸. 피르스트는 그런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넓고 광활하지만 지루함 없이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각각의 생명을 품고 태초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그런 곳이다.
피르스트에서 찍은 사진. 광활한 들판 어느 지점에서 기이할 정도로 급격하게 솟은 산이 이질적이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둘의 조화가 아름다울 따름이다. 하지만 봐도봐도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산이 솟았을까? 어찌나 높은지 아래에서 위로 솟은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융프라우가 더 좋았다. 시간상의 문제로 산악열차대신 아이거 익스프레스라는 20인용 곤돌라를 타고 향했다. 곤돌라를 타고 산 중턱에 도착해서 산 내부를 뚫고 만든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면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융프라우에 도착한다. 중학생때 히말라야 등산에 해발 4천미터 넘는 곳까지 오른 경험이 있어 걱정하지 않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빠른 걸음에 숨이 쉽게 차고 머리가 띵한것도 있었다. 내려올 즈음에는 어지럽고 가벼운 고산병 증세를 느꼈다.
저 언덕 너머까지, 시야가 닿는 곳까지 만년설이 쌓여있었다. 어찌나 광활하고 공기가 깨끗한지 걸어서는 수시간 걸려 도착할법한 곳이 바로 앞처럼 보였다. 걸어본 경험이 있어야 안다. 네팔에 갔을때 저멀리 MBC기지가 보여 3, 40분이면 도착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광활함과 맑은 공기, 게다가 흰눈과 회색 돌들이 배경이 되어 눈으로 보이는대로 판단했던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멀었다.
시원한 바람.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는 다른 신선하고 청아함 그 차체였다. 물로 비유하자면, 한껏 들이켰을 때 아무리 고급 정수기에서 깨끗히 정수한 물이라도 느낄수 없는 그런 깨끗함이 있다. 인공적인 것들이 닿지 않은 자연 깊은곳에서부터 정화되어 깨질듯한 청아함을 담은 그런 공기가 새차게 내 볼을 스쳤다.
융프라우와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모습.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아무리 봐도 믿기지가 않는다. 스위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거 무엇이었냐 한다면 피르스트도, 융프라우도 아니라 사람이었다. 직원들의 그 인간적인 친절함이 인상깊었다. 이 인상깊었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검표하는 직원분은 검사를 마치고 한명한명 눈을 마주치고 좋은 하루 보내라는 진심어린 인사를 건넸고, 매표소 직원은 장난어린 말투로 웃으며 내가 건넨 서류가 많다며 말을 주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처음보는 모든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면 인사 하는게 습관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비즈니스적이거나 약속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들의 말투에서 진심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걱정이나 피로함보다는 설레임과 기쁜 마음이 앞섰다. 직원이라 하면 정해진 비즈니스적인 선을 넘지 않고자 하는게 있는데, 그런 선이랄게 없이 친근하게 인간적인 대화를 주고받는게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다. 나도 이후에 일을 하게 된다거나 사람을 대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진심어린 기쁨을 줄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검표 직원, 매표소 직원, 매장에서 길이 겹쳐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주신 분, 산행길에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주고받았던 분들 등등.
스위스는 물가가 심각하게 비싸다. 평소 물가의 2배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또 원화가 아니라 프랑으로 적혀있어 경계심은 배가 된다. 스위스 레스토랑에서 괜찮은 식사를 하려면 1인당 2~30만원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매 식사를 거의 아니 전부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간편식으로 해결한적도 많다. 있는 재료에서 최소한의 재료를 보태 특별한 조합을 만들었고, 이모와 엄마가 솜씨가 좋아 대부분 아주 맛있었다. 시차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내게 한식은 큰 의지가 되었다.
한식 사진은 못찍었지만 집에서 했던 다른 식사. 물가가 악랄하다. 숙소에서 보이는 정경이 무척 아름답다. 정말 비현실적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그림이라고 해도 받을것만 같은 그런 자연경광이 눈뜨고 둘러보면 널렸다.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만 일주일동안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숙소 테라스에서 보이는 바깥 모습 숙소는 3층이고 1층에는 Bar가 있다. 어른들은 맥주를 한병씩 시켜놓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손에 병맥주와 담배. 담배가 자유로운 도시이지만, 3층으로 올라오는 담배냄새가 어째서인지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담배와 병맥주를 들고 잔디에, 야외 쿠션에 기대어 떠드는게 보기좋다. 도란도란 끊이지않는 이야기소리는 테라스에서 보이는 산맥과 목가적 언덕을 산뜻한 추억으로 만들어주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어준다.
숙소 1층에는 Bar가 있다. 다들 자유로운 모습. 어른들이지만 노는건 아이들같다. 정말 아름다운 나라고 도시다. 사람들도 좋고, 자연은 더 좋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그간 쌓인 무겁고 시커먼 것들이 시원한 스위스 바람에 씻겨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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