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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유럽여행] 런던에 녹아들기 | 하이드파크와 소호 파고들기일상 2023. 2. 27. 14:12
0. 개들을 위한 공원, 하이드파크
어제저녁에 펍에 있기도 했고, 이틀 연속으로 한잔을 해서 그런지(비유가 아니라 딱 한 잔 씩만 했는데도) 피곤해서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도 늦잠이라고 해봐야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눈이 저절로 떠져버렸지만. 일어나서 커튼 틈 사이로 창 밖을 보니 날이 화창했다. 날씨가 좋으면 선택지들이 훨씬 넓어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좋다. 게다가 영국에서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영부영 준비를 마치고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며 하이드파크에 가기로 결정했다. 날씨가 좋아서 오늘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푸른 하늘이 듬성듬성 보일 정도로 좋았고 사람들도 많이 나와있었다.
하이드파크는 조경이나 시야에 각별한 노력을 쓴 것 같지 않고, 그냥 넓은 공터에 길만 만들어놓은듯한 공원이었다. 자세히 보고있으면 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추고 있는 게 보였지만 그뿐이어서, 초기 공원 조성에 비용이 아주 적게 들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잎이 얇은 유럽 잔디 아래로는 진흙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잔디를 밟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목줄이 풀린 개들은 마음껏 뛰놀았는데 보는 나도 속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개들이 비때문에 생긴 진흙탕물에 빠져들어도 주인들은 나무라기는 커녕 별 관심도 없어서 참 개들이 지내기 좋은 나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이드파크를 한참 걸으며 느낀게 하나 있다면 이게 걷고 걸어도 시야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서 오래 걸으면 서서히 지루해진다. 그래서 왜 라빌레트 공원이 고평가 되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설명을 붙이자면 라빌레트 공원은 일정한 간격으로 거대한 구조물들이 공원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특별한 목적이나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위를 걸어갈 때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시야가 계속해서 바뀐다는 특징이 있다. 그저 평지와 일정한 형태의 나무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하이드파크를 걸으며 변화하는 시야를 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중앙에 있던 연못(이라고 하기에는 좀 컸던)이 인상깊었는데, 넓은 평지에 똑같은 높이로 연못이 펼쳐져 있고 다양한 종류의 조류들이 사람들을 겁내지 않고 지내는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2. 이제는 익숙한 소호
절반정도 걷고 나서 소호로 향했다. 어제 문득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더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차를 전문으로 파는 포트넘엔 메이슨만 방문하면 됐지만 호연이의 권유로 이곳저곳 더 방문해 봤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나이키 매장을 찾았다. 호연이가 저녁에 축구 경기를 하기로 약속해서 축구화를 찾으러 갔는데, 그사이에 나는 매장을 조금 둘러봤다. 예쁜 옷들이 많았고 무려 4층까지 있는 큰 매장이었는데 꼭대기층에 한국 거리를 배경으로 한 인테리어와 박재범 노래를 틀어놓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후에 지난번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충 둘러봤던 햄리즈 백화점을 찾았다. 나중에 방문하고 난 후에 100년도 넘은 역사 깊은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번엔 2층까지 가봤고, 이번에는 꼭대기층까지 올라가 보게 되었는데 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공간이었다. 꼼꼼히 살펴보며 5층부터 0층까지 내려왔다.
후에는 M&M스토어와 레고 스토어를 방문했는데 개성이 뚜렷한 곳이었다. 여러 상품이 있었는데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갑을 열고 싶은 것들은 별로 없어 눈으로만 즐기다 나왔다.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영국 2층버스 레고가 있다고 하는데 관심이 없어 사지는 않았다.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와서 축구화 매장을 한 군데 더 들린 후 포트넘엔 메이슨에 들려 선물을 샀다. 지난번에 찾았을 때에는 마감 직전이라 그랬는지 올라가는 길이 막혀있었는데 이번에는 열려있어 쭉 올라가 봤다.. 거의 6층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3층에는 아주 향기로운 비누가 있어서 아빠를 위해 3개를 샀다. 충분히 좋아하실 것 같았다. 그 위층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아주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와 둘러보니 사람이 직접 연주하고 있어서 속으로 조금 놀랐었다. 이게 사람이 직접 연주를 하는 레스토랑은 만화 속에서만 보다 직접 보게 되니 그랬던 것 같다. 그 위층은 프라이빗 룸이라 돌아서서 내려왔다.
3. 몸이 무거워지기 전에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거창한 식사를 하고 오랜만에 사진도 정리할 겸 누워서 쉬다가 호연이는 축구를 하러 나갔다.
어제저녁에 숙소 호스트인 파비오 씨가 소개해준 피자집에서 참치 피자를 가져와 먹었는데 정말 22년 동안 먹었던 피자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걸로 저녁을 하기로 했지만 점심을 거창하게 했던 차라 내일로 미뤘다.
원래는 밖을 나가기로 했지만 한번 누운 몸이 무거워져서 뒹굴거리다 이대로 씻고 자면 잠도 잘 올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일어나 웨스트민스터 행 지하철을 탔다.
역을 내리니 새해 폭죽을 보기 위해 모였던 장소로 바로 나왔고, 주위를 한 바퀴 걸었는데 런던아이의 짙은 분홍색 등 때문일까 블랙핑크 노래가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낮에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반대로 날씨가 좋을 때 낮에 한번 같은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을 보이자 그제서야 집을 향했고,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후에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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