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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유럽여행] 런던 미술관 정복하기 | 자연사 박물관, 빅토리아 엔 알버트, 테이트모던일상 2023. 3. 1. 15:09
1. 지구상의 모든 샘플, 자연사 박물관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났다. 식빵과 스프, 믹스커피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양은 간단하지 않았다.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할 정도로 배부르게 챙겨먹고)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자연사 박물관은 예약이 필요하지만 빅토리아 앤 알버트와 테이트 모던은 예약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았다.
전날 보지 못했던 흰수염고래 골격이 가장 먼저 맞이해주었고, 넓은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골격과 화석들이 들어서 있었다. 박물관에는 그닥 관심이 많지 않아 빠르게 훑기만 하고 나가보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부지런히 했다.
건물에 발을 들일때부터 고풍스러우면서도 뭔가 고고학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딱 떠오르는 곳이었다. 구성이 조금 독특했던 것이 중앙 홀의 계단으로 2층을 올라가볼 수 있는데 고래 골격을 여러 높이에서 둘러볼 수 있게끔 길이 나 있었다.
안쪽에는 각종 암석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정말 지구상의 발견된 모든 암석들을 손톰만큼씩만 떼어와서 보관한 것 같은 곳이었다. 수천 수만개의 돌 조각들이 놓여있었는데 그 각각이 모두 다른 것이라는게 신기할 정도로 많았다. 안쪽에는 희귀 암석들을 따로 보관해두는 곳이 있었는데 지구과학 선생님들이 오면 참 좋아할 것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박제들을 봤는데 굳이 동물원을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또 보존이 잘 된 형태의 박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출구 근처에는 지구과학 박물관이 있었다. 그때부터는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고, 조금 지치기도 해서 거의 지나가듯 둘러봤는데 지구의 탄생과 암석들이 만들어지거나 퇴적되는 그 현상을 아주 재미있게 잘 전시한 곳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음침한 분위기의 거대한 금속 구조물을 뒤로하고 출구로 나왔다. 자연사박물관은 정말 지구를 최대한으로 압축해 놓은 곳 같았다.
2. 현대 미술로 나아가는 길, 빅토리아 앤 알버트
건물 우측에 난 출구로 나오니 정면에 바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이 있어서 헤메지 않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는 안내같은 것 없이 한국의 공공 미술관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해당 전시관에 대해서 찾으면 가장 많이 보여지는 조각 전시장을 먼저 둘러봤다. 그러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류"라는 제목으로 유료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국 특유의 문화나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그에대한 역사를 다룬 전시회였다. 한번 들어가볼까 싶었지만 3만원이라는 비싼 입장료가 부담되기도 했고 그보다 안쪽을 더 둘러보는게 좋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기념품샵에 전시회와 관련된 두꺼운 책이 하나 있었는데 한글 번역본이 있었더라면 꼭 하나 사고싶었다. 하지만 영어라서 포기했다.
뒤로하고 나오는데 여러 기념품샵에서도 해당 전시회와 관련된 세련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엄청난 유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왜 이런 문화적 부흥을 겪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르네상스 시기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드라마 영화 등 각종 미디어를 비롯해 한국의 여러 예술과 문화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데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지금 르네상스에 있구나.
그림은 아예 없다시피 했고 거의 금속 또는 석재 조각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게 생각보다 흥미가 많이 없어서 나는 아무래도 그림에 더 관심이 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이나 조각은 해석의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는 반면 그림은 내가 보는 시야나 생각에 따라 정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매력적인 것 같다.
그래서 빠르게 둘러보고는 기념품샵으로 향했다. 나는 항상 기념품샵을 꼭 빼놓지 않고 들리고는 하는데, 아이쇼핑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기념품샵이야말로 그들이 보여줄수 있는 가장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고대 예술작품들과 현대 물품들을 아주 세련되게 융합해놓은 것들이 나는 참 좋다. 그것 또한 하나의 전시물처럼 느껴진다.
3. 언제봐도 반가운 웨스트민스터
빅토리아 앤 알버트 전시장을 나왔더니 비는 내리지만 해가 떠 있어서 해떠있는 웨스트민스터가 보고싶어 테이트모던으로 바로 가지 않고 웨스트민스터 역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갔다. 다행이 해가 밝게 떠 있을 때 빅벤을 봤지만 빅벤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로부터는 거세게 비가 내렸다. 런던에 있는 내내 패딩이 계속 젖어있어서 곰팡이가 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길을 가다보니 고가 아래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도 볼 수 있었고, 여느때처럼 가랑비를 맞으려니 하고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가 비에 폭삭 젖은 사람도 봤다. 한참을 걸어 밀레니엄 브릿지에 도착했고, 거센 비를 뚫고 반대편으로 건너가 테이트모던을 잠시 바라보았다.
4. 거센 비를 뚫고 도착한 테이트모던
테이트 모던 안으로 들어오니 빼곡할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달리 아주 광활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적어도 4~5층 높이의 층고가 있었고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었는데, 요즈음 트랜드를 따라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각종 카페나 전시회장과는 달리 정말 압도되는 분위기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공사중이라 5층까지만 입장이 가능해 중간 전망대에서 전망을 확인하고는 몸이 많이 지쳐서 현대 미술을 간단히 둘러보기만 했다. 확실히 고대 미술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다만, 내가 고대 미술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현대 미술이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에곤 쉴레의 그림은 어디에 걸려도 시선을 끌지만 현대미술은 테이트모던 밖에 걸렸더리면 어땠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곳에서 봤던 작품들은 확실히 나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기념품샵에 잠깐 들리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4시 반부터 있는 첼시와 맨시티 경기를 보기 위해 자주 가던 펍을 찾았다. 밍기적대다보니 벌써 전반전이 끝났는데 맨시티가 3점을 앞서고 있었고 경기는 4대 0으로 끝났다.
바로 앞 매장에서 내일 아침거리를 간단하게 챙긴 후에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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