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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유럽여행] 요크 소도시 여행 | 샘블즈 거리와 요크 성벽, 클리포드 타워와 요크민스터일상 2023. 3. 2. 15:41
0. 간만에 떠나는 날.
오랜만에 숙소를 옮기는 날이 돌아왔다. 기차 파업 때문에 런던에 10박 11일이나 지내면서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했다.
새해 맞이 행사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봤고, 축구도 직관하고, 테이트모던, 자연사박물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네셔널 갤러리도 다녀왔다. 소호 구석구석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에다 유명학 백화점들은 굳이 들어가 봤다. 또 쇼디치는 세 번이나 가봤고, 노팅힐도 두 번이나 찾았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빠짐없이 펍에 갔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는 건데 어차피 봐도 영어라 지루했을 것 같다며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아쉬울게 없이 훌쩍 자리를 나오는데 아침에 호스트인 파비오씨를 잠깐 만났다. 아저씨는 우리가 숙소를 연장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마워하는 듯했고 안부 인사를 여러 번 주고받은 뒤에 나중에 또 런던을 찾을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덧붙였다. 우리도 이렇게 좋으신 분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잔뜩 정들어버린 숙소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10박 11일 동안 봤던 하늘중에 가장 맑았다. 햇살도 투명하게 떨어지는데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날씨였다. 어제 이런 날씨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서둘러 요크에 가면 좋은 날씨에 구경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1. 킹스크로스, 9와 4분의 3승강장
요크로 향하는 기차는 30분 간격으로 계속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킹스 크로스로 갔는데 하필 딱 기차가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해서 30분 시간이 남게 되었다. 내친김에 9와 4분의 3승강장과 곁에 있는 해리포터 매장을 구경해보자고 했다. 못보고 나갔더라면 아쉬웠을텐데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조금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너무 소박했다는 것. 9와 4분의 3승강장이면 당연히 9번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정말 9, 10번 게이트 옆에 있으면 통행에 불편함이 생기고 기차를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구경도 못할테니(영국 기차는 한국 지하철처럼 게이트에 표를 인식해야 승강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기대가 조금 컸던 탓일까 아쉬움이 남았다.
옆에 있는 해리포터 매장을 들렀는데 누나가 예전에 교환학생을 돌아오며 하나 사들고 왔던 개구리 초콜릿과 버터 맥주강 있었다. 그 밖에도 볼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짐이 많아 안에서 돌아다니기에는 사람들에게 실례일까 싶어 얼른 나왔다. 사실 예전에는 아주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식은 것도 있다.
2. 화창한 날씨를 가르는 기차
기차를 타고 가는데 날씨가 참 좋아 노래를 들으며 창 밖을 내다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간간이 나오는 넓은 평야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기차가 더 빨리 달려서 조금이라도 일찍 요크에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다음 날부터 쭉 요크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구경하려면 오늘밖에 없었다).
기차에서 두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니는지 아이 보는데에도 시간을 한참 뺏겼다. 유럽 아기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또 얼마나 잘 웃는지 천사같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유럽 기차가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는 아기가 객실 안에서 큰소리로 울거나 뛰어다녀도 승객들이 눈치나 압박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들은 아이들을 제지하려고 노력하지만, 포인트는 승객들이 정말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한국 기차에서 이렇게 아이가 울면 마음이 불편하고는 했는데, 그 불편한 마음은 사실 아이보다 우는 아이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을 누군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누군가 상처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함이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 않은 것 같아 진심으로 좋았다.
아이가 아장거리며 걷는 것과, 창 밖을 보다보니 금세 요크에 도착했고 20분정도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는 두 명의 호스트로 보였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친구집에 놀러가도 이정도로 환영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한 후 거실로 보이는(주택을 호텔로 이용하는 곳이라 로비나 카운터가 따로 없다) 곳에 의자를 내어주며 앉으라 했다. 거실에 자유롭게 앉은 그런 모습이었는데, 한 분이 예약을 확인하고 한 분은 지도를 들고 틈틈이 요크에서 즐길거리를 설명해 주셨다. 그렇게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들어서니 오랜만에 새로 맞이하는 말끔한 실내가 참 좋았다.
3. 클리포드 타워와 요크 성벽
그리고 해가 더 떨어지기 전에 얼른 밖으로 나와 샘블즈 거리를 가로질러 클리포트 타워를 향했다. 가는 길목에 요크민스터가 있는 데다 한적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거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여행으로 지친 우리를 반겨주는 듯 했다.
올라가면 도시 전망이 보일거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높지 않아 생각한만큼의 전망이 보이지 않을 듯 했고 무엇보다 규모에 비해 너무 비싼 입장료(9파운드)가 부담되어 결국 밖에서 얼른 사진 몇장을 찍고 돌아섰다.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피렌체에서 느낀거지만 랜드마크가 보이는 전망을 보고싶은거지 랜드마크 위에 올라서면 상상하는 그런 뷰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후 호스트가 추천해준 성벽을 잠시 둘러봤는데 그 또한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높이가 낮아 멀리까지 잘 보이는것도 아니고 벽도 높아 바깥쪽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좁은 산책로 같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아 기분좋게 걸었던 것 같다.
4. 영국에서 제일 맛있는 피시앤 칩스
후에 요크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지인이 알려준 식당을 찾았다. 피시앤 칩스를 전문으로 하는 집인데 가격도 저렴하니 아주 기분 좋은 식사(물론 맛도 좋았다)를 할 수 있었다. 친구는 막 감탄을 하며 먹었는데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에서 정말 만족할만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5. 다이에건 엘리? 요크 유령
후에 해리포터의 다이에건 앨리의 모델이 된 샘블즈 거리를 다시 가보기로 해서 길을 나섰는데 웬 길이 길게 늘어선게 아닌가. 나는 처음에 요크에 해리포터 기념품을 파는 곳이 하나 있어 그 가게인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곳이었다. 유령처럼 보이는 작은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왜이렇게 줄이 길게 있는걸까 의문을 갖고 친구와 가던 길을 나섰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알아보니 요크가 유령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학살된 곳이기도 하고 시내 곳곳에 제각각의 사연이 있는 유령 출몰지가 있어 밤에 방문하는 투어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유령이 특산품인(?) 요크에서 유명한 수제 유령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처음에 틱톡을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해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특색있는 수공예품을 살 수 있어 추천한다고 하는데 궁금증에 내일 꼭 방문해보기로 계획했다.
다이에건 엘리는... 여기가 맞나 싶어 몇번을 해멨는데 거기가 맞았다.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초라해서 많이 실망했는데 이 실망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해리포터 샵을 방문했다. 여길 찾으려고 구글 지도에 '해리포터'를 몇번이고 검색했는데 나오질 않았는데 이름이 "The shop that must not be named"라고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면 안된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를 찾았는데 가게 앞에 빗자루를 세워두고 '주차는 여기에'라고 써 둔게 웃겼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섰는데...흠흠, 긴말하지 않겠다. 많이 실망했다. 해리포터에 대한 애정이 식은 다음에 여길 찾게 되어 다행인 것 같다.
말고도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나 마법사 그런 쪽의 판타지 세계가 현실에 들어온듯한 가게들이 제법 있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곳들도 많았다.
6. 요크는 이런 마을.
후에 간단히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가 쏟아져서 조금 걱정했는데 그때마다 가까이에 있는 특색있는 매장에 들어가 구경하다보면 비가 잦아들었다.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이번 한 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군데 숙소가 있다면 그중에 꼭 한 군데에 들어갈 것 같다.
요크는 마을 자체가 굉장히 조용하다. 해가 다 떨어지고 어두워졌을 때 거리가 너무 조용하고 사람이 보이지 않아 한 7시 즈음 되었을까 하고 시간을 봤더니 4시 반이었다. 집에서 저녁을 먹기위해 잠깐 7시 즈음 나왔는데 그때는 더 조용했다. 런던과는 다른 색다른 개성이 있는 듯 했고, 고요하고 점잖은게 너무 좋았다. 쉬어가는 느낌이 드는 그런 도시였다.
내일은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오픈시간에 맞춰 유령 가게에 들린 후에(평소에 길면 3시간도 기다린다고 한다) 전통이 있는 찻집에 들려 'afternoon tea'를 마시고 요크민스터를 방문해 볼 계획이다. 시간이 많이 남겠지만 이제 출국을 앞두고 슬슬 집정리를 해야해서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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