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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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서평 2022. 9. 28. 10:13
"영혜는 채식(비폭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육식(폭력)을 피한 것이다. 안 먹는 것에는 스스로의 의지와 힘이 작용하지만, 못 먹는 것은 내면의 힘이 아닌 외부의 힘이 작용한다." 책 한 권 분량의 시 같았다. 달리 말해 읽는 내내 독서에 필요한 이해 그 이상을 필요로 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음미하며 필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시도했지만 결국 내가 읽은 책은 오컬트하고 때론 그로테스크까지 한 소설책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해설이 간절했던 것 같다. 몇 가지 도움을 받았던 해설-책이 난해했던 만큼 다양한 해설이 있었기에 필자와 같이 신빙성이 있거나 내가 동의·공감할 수 있었던 해설-에 따르면 주인공 영혜는 삶을 저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폭력을 거부하고 싶은 인물로 그려졌다고 한다.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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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서평 2022. 9. 27. 21:53
인간에게 가벼움과 무거움의 존재는 동전의 양면보다 가까워 결국 공존한다는 한 줄 평가를 남기고 싶다. 인간과 그 역사는 무거울 수만은 없는, 다시 말해 가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설을 접하기 전에는 이 책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몇 해설을 접한 뒤에 나는 이 책이 철학, 인간의 존재, 역사(역사적 사실 따위를 넘어서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의 작용과 그에 대한 의미들), 사랑 등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을 전부 읽기 전에 해설을 먼저 접하는 것을 어쩌면 내 시야를 해설에서 제시한 몇 가지 대상에 국한시켜 나의 시각이 아닌 오롯이 해설자의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처럼 갈피조차 쉽게 잡을 수 없는 책에 대해서는 그나마 몇 가지 대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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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 J.D 셀린저[Jerome David Salinger]서평 2022. 9. 26. 23:47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기사는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그려내고, 소설은 사실이 아닌걸 사실인것처럼 그려낸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자립심 하나 없이 오직 부모의 도움만을 받으며 명문 학교인 팬시에 다니던 홀든 콜필드가 성적 문제로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며칠 동안 제멋대로 행동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래, 정말 제멋대로 행동한다. 걱정이나 근심은 뒤로 미뤄두고 호텔에 가고싶으면 가고, 미성년자임에도 우겨가며 술을 주문하고, 창녀와 자고싶으면 자고(결국 자지는 않았지만), 울고 싶으면 울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사건 하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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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Jane Austen]서평 2022. 9. 26. 21:46
1. 「오만과 편견」이 ‘BBC선정 꼭 읽어야 할 책’, ‘SAT선정 도서’ 등 상당히 고평가 되어있음에 의문이 들었다. 훌륭한 책이기는 하다만 내가 문학적 통찰력이 부족해서일까 전율·깨달음·여운과 같은 것들이 거의 없었고, 실제로 이 책이 지닌 문학적 가치보다 과하게 평가되어 있지는 않은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인 오스틴이 구사하는 재현의 기술은 셰익스피어에 비견할 만하다”는 헤럴드 볼룸의 말과 영국BBC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제인 오스틴이 2위를 차지했음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고평가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 이 책이 쓰여질 당시(19세기) 「오만과 편견」만큼 풍부하고, 예리하고, 세밀하며 생동감과 깊이가 있는 책들이 얼마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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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야 | 5대 희극 중 가장 유쾌하고 밝은 극서평 2022. 9. 25. 23:33
1. 줄거리 메살린에 사는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똑같은 옷을 입혀놓으면 분간할 수 없으 정도로 닮은 일란성 쌍둥이이다. 어느 날 항해를 하던 그 둘은 폭풍을 만나 난파되면서 일리리아 근처 해변에서 헤어진다 일리리아 바닷가에 상륙한 바이올라는 세자리오로 변장을 하고 오시노 공작의 하인이 된다. 오시노 공작은 올리비아를 지극히 연모하여 그녀에게 세자리오를 보내어 우래를 하지만 오빠를 잃은 슬픔으로 7년간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올리비아의 다짐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시노는 세자리오를 계쏙해서 보내고 결국 올리비아는 세자리오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세바스찬은 선장 안토니오의 도움으로 알라리아에 오게되고, 결국 올리비아는 세바스찬과, 오시노는 바이올라와 결혼하게 된다(바이올라는 오시노 공작을 몰래 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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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 운명의 여신이 1분이라도 손을 떼었더라면서평 2022. 9. 25. 23:07
1. 줄거리 프래드릭 공작은 자신의 형인 노공작을 쫓아내고 재산과 권력을 독점한다. 이때 프래드릭의 딸 실리아는 노공작의 딸을 너무도 좋아하여 공작은 노공작을 딸 로잘린드는 내쫓지 않는다. 한편 형 올리버로부터 유산을 모두 빼앗기고 미움 받으며 살던 올란도는 씨름 대회에서 소문난 장사 찰스를 이기게 되고 이를 지켜본 로잘린드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씨름 대회에서 상대를 이긴 것이 화근이 되어 형에게 쫓겨난 올란도는 노공작이 머무는 아덴의 숲으로 향하게 되고, 같은 때에 로잘린드도 프래드릭에게 쫓겨나 실리아와 함께-로잘린드를 너무나 좋아해서-아덴의 숲으로 향하게 된다. 남장을 한 로잘린드는 그곳에서 한 목장을 사서 실리아와 살게 되는데 우연히 올란도를 보게된다. 남장을 하고 있기에 올란도는 로잘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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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독창적이며 인상 깊고 여운과 영감을 남기는 작품들서평 2022. 9. 25. 22:37
내가 내 왼손과 협력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내 왼손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가! 손이란 나의 생득적인 일부분이다. 손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건 나의 생득적인 권리인데, 그것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왼손은 언제나 내 것이었고 여전히 내 것이다 118p 1. 피부가 투명해진 남자의 삶, 어린 신들에 대한 이야기, 갑자기 독립적 존재로 인정받으려는 왼손과 마주한 남자의 이야기, 시간 여행을 간 남자의 이야기 등... 흔하지 않은 주제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있다. 2. 오랜만에 베르나르님의 책을 찾았다. 중학생 때 그의 책을 열심히 읽었기에 시간이 지나 제법 머리가 커졌다고 생각되는 지금 다시 그의 작품을 읽으면 유치하게도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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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 진실한 사랑의 변덕스러움서평 2022. 9. 22. 22:12
1. 줄거리 히폴리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테네의 공작 시시어스 앞에 이지어스와 그의 딸 허미아 그리고 허미아의 약혼자 디미트리어스와 허미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라이센더가 등장한다. 디미트리어스와 허미아와의 약혼, 그 둘의 결혼은 이지어스의 바람이었고 허미아는 라이샌더와 결혼하길 원한다. 결국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몰래 도망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알게 된 디미트리어스도 이 둘을 따라나선다.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하는 허미아의 친구 헬레나 역시 이들을 따라나선다. 숲속에서 요정 왕인 오베른은 작은 요정 퍽을 시켜서 사랑의 묘약인 꽃을 가져오도록 하고(꽃즙을 잠든 사람 눈꺼풀 위에 떨어트리면 깨어날 때 가장 먼저 마주친 존재를 사랑하게 된다),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구원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퍽의 실수로 라이샌더와..